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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프로악 K6 - 고해상도 시대를 맞는 스튜어트 타일러의 회심작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3.11.28 14:10:17     조회 : 10299








 

늘 그리운 이름 프로악프로악 스피커를 보면 개인적으로 옛 시절이 생각난다. 내가 오디오를 하면서 맨 처음 구입했던 외국산 스피커가 바로 프로악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1990년 아니면 1991년의 일이었을 것이다. 국산 컴퍼넌트를 쓰다가 고급 오디오에 관심을 갖게 된 후, 제일 먼저 턴테이블을 린 액시스로 바꿨고, 남은 기기들을 하나씩 업그레이드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다음 목표는 스피커. 틈날 때마다 잡지를 뒤적였고 오디오 상가에 나가서 근사한 스피커를 찾아 헤맸다. 틸, 탄노이, JBL, 밴더스틴 등등. 수많은 스피커들이 물망에 올랐다가 탈락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오디오 샵을 지나가다가 참으로 깔끔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소리를 듣게 되었다. “어느 스피커에서 나오는 거에요?” 샵 사장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가리킨 곳엔 LS3/5A보다도 더 작은 스피커가 있었다. 그 스피커는 프로악 태블릿 II. 프로악의 이름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 땐 프로악이 국내에 막 데뷔해서, 수퍼 태블릿과 레스폰스 2, 스튜디오 1 등이 처음으로 잡지에 소개되던 시절이었다. 대체로 아주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특히 모 잡지에 모교수가 쓴 레스폰스 2의 리뷰를 보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은 애호가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태블릿 II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수퍼 태블릿의 후속기였다. 
 



 


▲ Proac Response Two


워낙 작은 스피커라 저역은 야위어 있지만, 스피커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음악을 남기는 신기한 마술을 부리며 넓은 공간에 음을 시원하게 펼쳐놓는 능력은 실로 놀라웠다. 가방에 넣고 다니던 말러 5번을 한번 들어보고는 그 앙증맞은 스피커를 받치고 있던 타겟 스탠드까지 군말 없이 사왔다. 원래 오디오 기기를 업그레이드할 때는 생각했던 예산보다 조금 더 지출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거늘, 예산보다 저렴한 스피커를 덥석 안고 와보기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었나 싶다(훗날 스튜디오 1을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하긴 했지만).


다행히도 그 작은 스피커는 집에서도 좋은 소리를 들려주었다. 그 작은 스피커의 장점은 참 많았지만, 무엇보다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음장’이었다. 악기들이 스피커 사이에 정교하게 자리 잡고, 보컬이 뒤로 쭉 빠지는, 그래서 눈에 ‘보이는’ 음은 오디오의 또 다른 매력이었던 것이다. 덩치만 컸던 국산 스피커는 조그만 놈에게 밀려 천덕꾸러기가 되었지만, 간혹 집에 놀러 오는 친구들을 놀려주는 용도로 그만이었다. 그 작은 스피커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던 친구들은, 지금 소리를 내고 있는 스피커가 저 커다란 놈일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크게 변한 프로악에 놀라다

 

그 후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몇 종류의 프로악 스피커를 만나 보았고 그 때마다 조금씩 변해가는 프로악의 음을 느꼈다. 타협 없이 쭉쭉 뻗어나가던 고역과 군더더기 없이 절제된 저역으로 인해 다소 쌀쌀맞게 들리던 소리는 조금씩 편안한 소리가 되었고, 프로악의 장기라고 여겼던 정교한 음장은 힘과 에너지로 조금씩 대체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뭐... 사람도 나이가 들면 느긋해지고 여유가 생기지 않던가. 프로악도 성장하면서 좀더 원숙한 모습으로 변해간다고 생각했다. 프로악 특유의 ‘냉정한’ 맛이 좀 그리웠지만 원래 오디오라는 것이 이러면 이런 대로, 저러면 저런대로 매력이 있는 법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프로악의 신제품 K6을 리뷰할 기회가 찾아왔다. K시리즈는 프로악의 간판 제품군인 레스폰스 시리즈와 하이엔드 제품군인 카본 프로 시리즈를 연결하는 새 라인업이라고. 처음 듣는 카본 프로 시리즈도 그렇고, 레스폰스 시리즈도 완전히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프로악의 행보가 몹시 궁금했던 차였다. 하지만 미리 그런 언질을 받았음에도 소리샵 시청실에서 만난 K6의 모습은 실로 충격이었다. ‘이게 진짜 프로악인가?’ 소리를 들을 생각도 못하고 한참 동안 스피커 주위를 빙빙 돌면서 모습을 살펴보았다. 리본 트위터, 2인치 중역 돔, 케블라 섬유 콘은 물론 유닛을 감싸고 있는 알루미늄 합금까지, 그리고 반질반질 윤이 나는 고급스런 래커 마무리까지 실로 모든 게 생소하다.







리본형 트위터와 신설계 유닛들

 


프로악에 리본형 트위터라... 사실 프로악에서는 2000년대를 앞두고 2000시리즈라는 제품군에 리본 트위터를 장착한 적이 있었으므로 완전히 새로운 시도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결과는 완패. 스테레오파일을 비롯한 전문가 집단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정작 시장에서는, 특히 국내에서는 제품을 보기조차 힘들 정도로 외면을 당했던 것이다. 그 후 조용하게 예전 스타일로 되돌아갔던 스튜어트 타일러는 그 일이 몹시 억울했나 보다. 그리고 단단히 별렀나보다. 이번에는 그 때와는 달리 철저하게 준비한 것 같다. K6에 장착된 리본 트위터는 평범해 보이지만 알니코 마그넷을 사용했고 뒷면의 댐핑에도 만전을 기했다고 한다. 게다가 예전처럼 단순히 리본 트위터만을 도입한 것이 아니라 다른 유닛까지 모두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여 전혀 다른 스피커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커다란 변화는 그들의 대표작 레스폰스 시리즈에도 과감하게 적용되었다.




 


중역 유닛은 2인치 소프트 돔으로 표면은 잡공진을 피하기 위해 댐핑액이 발라져 있으며 돔 주변에는 알루미늄 플레이트를 장착했다. 약간의 혼 부하를 준 모습이 꼭 ATC를 연상케 한다. 저역 유닛은 프로악에 처음 도입되는 6.5인치 고분자 수지를 침윤시킨 케블라 콘을 두 발 썼다. 케블라는 방탄 조끼에 사용될 정도로 가벼우면서 강성이 좋은 재료다. 더스트 캡이 좀 독특한데, 보통 케블러나 카본 소재 유닛들이 페이즈 플러그를 쓰거나 진동판과 같은 강성 소재로 만드는 것에 비해 K6의 더스트 캡은 재질이 소프트하고 구경도 크다. 무게를 줄이고 소리의 지향성을 컨트롤하며 진동 모드를 분산시킬 의도가 있는 것 같다. 종합적으로 3웨이 4스피커 구성으로 미디형 톨보이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인클로저의 댐핑과 덕트 설계까지 철저하게



인클로저를 두드려보니 울림이 길게 늘어지지 않고 ‘툭’ 끊어진다. 통울림을 배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것 같다. 내부에 역청(bitumen, 아스팔트에서 사용되는 진득한 물질)을 두껍게 발랐다고 하는데, 아마 이 때문에 프로악에서 안심하고 MDF가 아닌 HDF를 쓸 수 있었을 것이다(HDF는 너무 단단하므로 진동 특성이 스피커 소재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내가 클라라를 만들 때도 몇 번에 걸쳐 자동차 하부 코팅용 도료(역청과 비슷한 물질)를 내부에 두텁게 발랐는데 오랜만에 그 생각이 나서 반가웠다. 아마 우퍼용 인클로저를 직접 만들어 본 열성 카오디오 팬들은 이 효과가 얼마나 큰지 잘 알 것이다.




 

K6의 덕트는 스피커의 바닥면에 있다. 사실 스피커에서 덕트의 위치는 음질에서 아주 중요하다. 덕트를 앞에 두면 스피커 뒷벽의 영향을 덜 받지만, 자칫 덕트의 설계가 잘못되면 ‘훅’ 부는 듯한 소리와 같은 덕트 고유의 음이 들릴 수 있고, 저음이 인클로저 안에 갇혔다가 일시에 분출되는 느낌 – 설명하기 어려우니 ‘상자 스피커의 느낌’ 정도로 해두자 –을 받을 수 있다. 덕트를 뒤에 두면 이런 소리를 숨기기 쉽지만, 뒷벽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어 일반 가정에서는 불분명한 소리를 듣기 쉽다. 덕트를 아래에 두는 설계는 덕트와 벽 사이의 거리를 사용자가 아닌 설계자가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리스닝룸의 바닥 재질에 따라 저역 특성이 변할 수 있다. 프로악에서는 오래 전부터 덕트를 빨대 같은 것으로 가득 채워 어쿠스틱 필터를 적용하는 등, 덕트의 형상과 위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 결국 K6에서는 바닥에 덕트를 설치하고 덕트 아래에 인클로저의 재질과 같은 단단한 플레이트를 설치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자체적으로 반사판을 갖고 있고 뒤쪽은 막혀 있어서 음이 앞으로만 방사되니 내부 덕트의 형상에 따라 일종의 변형 백로드 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상자의 느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소리를 듣기 전에 대략 감이 왔다. 비록 모양은 낯설게 바뀌었지만, 이 스피커는 분명히 내가 그리워하던 프로악의 소리를 내줄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프로악이 우리 앞에 등장하던 시절은 우리가 ‘음장’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던 시절과 비슷하게 일치한다. 당시 하이엔드 오디오의 주류는 예전의 박스 모양의 인클로저에서 벗어나 리본형이나 정전형 스피커가 대세를 이루고 있었가. 한번 비교해보자. 눈에 보일 듯한, 그리고 손에 잡힐 듯한 환각적인 무대를 그려내는 평판형 스피커들은 진동판이 가볍고 인클로저 없이 뒷면이 개방되어 ‘에어리’한 소리를 들려주었다. K6의 고역은 리본형이니, 스튜어트 타일러의 귀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면 나긋나긋하게 뻗는 ‘에어리’한 소리를 낼 것이다. 인클로저는 단단한 HDF에 역청을 두텁게 발라 통울림과 같은 거북한 소리를 내지 않을 것이고, 덕트도 아랫면으로 뽑아내어 잘 마무리했다면 ‘상자 스피커의 느낌’에서 벗어난 음을 들려줄 것이다. 




 


처음 방문한 소리샵의 시청실은 흡음재와 분산재를 대량으로 공들여 장착해놓았다. 평소에 별도의 장비 없이 책장이나 가구, 커튼으로 튜닝 아닌 튜닝을 하던 나로서는 좀 어색한 ‘전문 시청실’의 모습이다. 새로운 청음 공간에 가면 늘 하는 습관대로 손뼉을 쳐보게 되는데, 이곳에서는 울림이 상당히 절제된 ‘겨울’ 박수 소리가 나며 고역에 잔향이 살짝 남는다. 너무 조용해서 귀가 먹먹하고, 대화를 하면서도 점점 더 크게 이야기하게 되어 힘이 들 정도다(앰프도 이 공간에서라면 밑천이 그대로 드러날 것이다). 아마도 이 공간을 설계한 사람은 아주 깨끗하고 절제된, 순수한 음을 선호할 것 같다. 




 


짧지 않은 시간 여러 곡을 작고 크게 들으면서 공간에 적응했고, 어느 정도 익숙해진 상태에서 본격적으로 몇 몇 CD를 들어 보았다. 매칭은 나임 풀 세트. CD555에 NAC 552 프리와 NAP 500의 조합이다 나임의 최고급 모델로서 가격을 합하면 무려 1억이 넘는 초호화기기다. ‘나임, 너희도 이러기니?’ 하는 생각은 일단 제쳐 두고, K6과는 상대적으로 언밸런스한 매칭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하지만 K6의 가능성을 최대한 이끌어 낼 것이라는 점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런 변화라면 용서해줄 수밖에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예상은 전혀 틀리지 않았다. 이 소리는 예전 평판형 스피커의 환각적 이미지에 더해 그들의 최대 약점이었던 저역의 다이내믹까지 완벽하게 갖췄다. 특히 튼튼한 케블러 콘은 압도적인 매력을 발하는데, 헤프지 않게 단단하면서도 하부로 돌아 나오며 적절한 여운을 갖춰 실로 품위가 높은 저역을 내준다. 발성 구조가 다른 리본 트위터를 사용하면서도 마치 풀레인지 스피커를 듣는 것처럼 전 대역이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은 실로 대단하다. 몇 해 전 이글스턴웍스의 최고급 스피커를 들으며 크게 감동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스피커가 대형 스피커임에도 고성능 소형 스피커의 장점과 최고급 대형 서브 우퍼의 강력한 저역을 위화감 없이 합쳐 놓은 음을 내주었다면, K6은 리본 풀레인지 스피커에 질좋은 서브우퍼를 절묘하게 붙여 놓은 느낌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카라얀 / 베를린 필의 베토벤 합창 교향곡을 비롯한 대편성 관현악곡. 그리 최신 녹음이 아니더라도 음이 워낙 공간에 넓게 퍼지면서 세밀하게 분해되어 할 말을 잃고 그저 ‘바라보게’ 만든다. 빌 에반스의 에서도 세밀한 심벌즈 소리와 ‘여운’과 ‘기척’의 표현 역시 매력적이다. 비록 초호화 소스 기기, 앰프들과 매칭하여 그 수혜를 톡톡히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 스피커의 완성도에 의심을 제기할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K6로 음악을 듣다가 잠시 눈을 감으니 초기의 프로악 스피커는 물론이고 아포지, 이글스턴웍스, ATC의 스피커들이 아른거린다. 요즘 프로악의 생소한 모습들은 아마도 이 많은 스피커들의 장점을 닮고 싶었던 욕심 때문일지도 모른다. 십수 년전 리본 트위터의 실패로 분루를 삼켰던 스튜어트 타일러는 이번엔 미소를 짓고 있을 것 같다. 그것도 도도만만하게. “이래도?”


출처 - 오디오 전문 커뮤니티 풀레인지 http://www.fullrang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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